일본경제보복 후 외국인 순매수, 삼전·하이닉스 외 네이버·SDI 집중

일본 경제보복 후 외국인 순매수, 삼전·하이닉스 외에 네이버·SDI 담았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을 공식화한 지난달 1일 이후에도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반도체주와 실적 개선주를 꾸준히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은행주, 통신주, 건설주에 대해선 매도 공세를 퍼부었다.    

대내외 불확실성 증폭으로 최근 연일 급락하던 코스피 지수가 지난 8일 7거래일만에 반등한데 이어 9일에도 상승했다. 비록 외국인은 9일에도 24억원 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지난달 31일~이달 8일 7거래일 연속 총 1조5727억원 어치를 순매도한 것과 비교하면 '셀코리아(Sell Korea)'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일본이 1차 경제보복에 나선 지난달에는 오히려 외국인들은 시가총액 1위와 2위인 반도체 종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집중 매수했다. 지난달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2조316억원이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집중 매수(순매수 1조1570억원)한 가운데 네이버(1939억원·순매수 3위), 카카오(1528억원·5위)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렸다. 또 삼성SDI(1792억원·4위), 삼성전기(1139억원·7위), 삼성전자우(967억원·9위) 등 삼성 계열사도 순매수 상위 10위권 내 종목에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네이버파이낸셜(가칭) 설립 등 실적 개선 기대에서 외국인의 네이버 매수 이유를 찾는다. 네이버는 지난 6월24일 네이버페이를 물적분할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고 금융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증권 한 연구원은 "최근 2년간 라인에 대한 투자로 손실을 봤고 카카오도 영업이익이 좀 낮아져 (주가가 떨어졌었다)"며 "하지만 네이버는 2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카카오도 톡보드라는 광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저가 매수가 많아지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순매수 4위를 기록한 삼성SDI에 대해서는 하반기 실적 개선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SDI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인 2761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전기는 실적 변화보다 업황 개선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기의 2분기 영업이익은 14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지만 주력제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견조한 수요로 업황 개선이 전망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6위에 오른 현대모비스(1351억원)의 2분기 매출액은 9조4623억원, 영업이익은 627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5%, 18.1% 늘었다. 10위 한국항공우주의 2분기 영업이익은 11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2% 급증했다. 8위 셀트리온은 올해 2분기 매출액 2350억원과 영업이익 834억원을 기록해 컨센서스보다 부진했지만 하반기 실적 개선이 전망되고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에 대해 "2분기 실적 서프라이즈가 나왔고 달러 대비 원화 약세로 가면서 자동차 부품들이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여건"이라며 "핵심부품과 친환경분야 매출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들은 하나금융(2721억원·순매도 1위), 신한금융(1988억원·2위), KB금융(1299억원·4위) 등 은행주를 집중 순매도했다. 통신주인 SK텔레콤도 순매도 4위(1760억원)에 이름을 올렸고 포스코(1705억원), 현대건설(1206억원) 등도 상위 종목에 포함됐다. 

건설주에 대해서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국내 정부정책 영향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언급한 지난달 8일부터 최근까지 코스피200건설지수는 14.69% 하락했다. 중장기적 실적 악화가 우려돼 외국인 투자자들도 손을 털었다는 관측이다. 통신주에 대해서는 지난 5월 5G로 인해 실적 호재가 기대되다가 오히려 무리한 비용 투자로 부담이 증가하자 빠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